필리핀 Bicol Life

운동에 관한 딜레마

JESUS CAMPAIGN 2025. 3. 20. 13:48

이제 나이가 40이라는 숫자보다 50에 더 가까워져서
올해부터는 어디 가지 않아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해 보기로 결심했다.

알아보니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스쿼트 정도가 적당할 듯 해서
대략 한 달쯤 전에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네 번의 셋트로
각 60회, 40회를 완수했다.

솔직히 조금 놀랬다.
내심 열 개라도 하면 대단하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남은 한 줌의 힘까지 다 쥐어짜서 한 결과가 정말 놀라웠다.

팔에 힘이 하나도 없고 다리도 풀리기 직전이었지만,
비운동권의 근육량과 운동능력은 이 정도다 !!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40대 후반 비운동권이 있다면 격하게 공감하실 거라 믿는다.
매우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 쉬고 그 다음 날에 동일한 양으로 운동을 하겠다는 부푼 각오를 가지고 다음 날을 맞이했다.

그런데, 역시나 후유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원래 하체 근육은 어렸을 때부터 단련이 되서 그런가 걷는 건 좀 괜찮았는데
팔이 주인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하루 지나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그 다음 날이 되니 두 팔이 천근만근
피로도가 전혀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3일, 4일, 1주일, 3주가 지나 오늘 아침
팔뚝의 피로는 저번 주에 이미 나를 떠나갔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면 거의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다는 말처럼
섣불리 다시 도전하기가 망설여져 계속 미루다가
오늘 아침엔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유투브 영상을 하나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하며, 시간도 딱딱 맞춰가며, 시키는 대로 호흡도 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초보자를 위한 영상이라고 해서 따라했는데, 힘들어서 중간에 꺼버릴 뻔 했지만
그래도 양심상 끝까지 따라했다.

서너시간쯤 지났다.
원래 의자에 앉아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는
최소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큼은 카이스트 하바드 학생들 못지 않게 자신이 있는데
운동의 후유증이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엉덩이 근육이 뭐랄까 아픈 것도 아니고 뻐근한 것도 아니면서 그냥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정도의 느낌으로
자꾸 앉아 있는 자세 자체에 신경을 쓰이게 한다.
나는 안다. 이게 운동한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이라는 것을.

여기에서 나는 또 딜레마에 빠진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후유증으로 고생할 것인가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을 한 후에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거니까 운동을 더욱 열심히 쉬지 말고 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운동을 또 한동안 하지 않으면 운동한 후 후유증으로 고생할 게 뻔하니까
아예 운동이라는 행위 자체를 인생에서 제외시킬까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감소되는 내 신체의 근육량을
그저 바라만 보며 떠나보낼 수는 없어
눈물을 머금고 운동을 붙들어보려는 마음이 지금으로서는 크다.

내일은 또 할 수 있을까?